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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기행(유영관)외

남촌님 작품(새들놀방)

by 들 국 화 2012. 2.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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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기행/ 유영관

 

월출산 뒤덮은 비구름

나즈막하게 땅으로 내려오던 날

도갑사를 찾아가는 길

돌계단 하나 하나를 밟으면

피안의 무릉동산

해탈문 지나 들어서는 대웅보전 초입은

백일홍 꽃무더기가 중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년 세월 말없이

 인간을 지키고 있던 석탑

오늘도 안쓰럽게

나를 쳐다보는데

참회하기에는 너무 어리숙한 나는

세상욕심 털어 볼 요량으로

절 뒤편 산 속을 내달렸다

 

애절한 폭포는 자신을

뿌옇게 흩뿌리고 가루가 될 따까지

몸서리치고 있건만

버릴게 많은 나는

무심으로 내려가고 있는 계곡물

손등에 물만 얹어본다

 

토해내야 할 욕심을

하나도 덜어내지 못하고

번민만 하나 더 안은 채

산사를 걸어 나오고

일주문은 더 멀어져만 가고

 

 

                        섬/조영미

 

너를두고 차마 갈 수 없어

되돌아서는 길에

아이처럼 칭얼대며

발목을 잡는 섬

 

가까이 닥아서면

그리움조차 타들어간

숯덩이같은 까만 얼굴로

눈물지으며 영원히 서서

멀어지는 검은 섬

 

너는

귀머거리

반벙어리가 되어

나를 붙잡는다

오도가도 못하게

나를 붙잡는다.

 

                     모래그림/안재석

 

하나뿐인 사랑을

둘이 하나된 그 기쁨을 그리네

이젠

하나뿐인 추억을

둘이 홀로된 슬픔을 그리네

바람결에

소릿결에

영영 소멸되고 마는

흔적의 길

따라 떠나는 보헤미안

 

                     안개꽃/한상준

 

장미는 외떨기라도

눈부시게 타 오르는데

너는 왜 그리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하얗게 웃고만 있느냐

 

그많은 그리움들 모아

한 아름 꽃다발 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머물러 있구나

 

오로지 남을 위해

작지만 조용한 미소로

다만 한 묶음의 소망이 되어

우리 사람들

오래 오래 기다리며

달래어 주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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