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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고찰 송광사

나들이

by 들 국 화 2008. 11. 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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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가로수인 중국단풍나무 가지에 가을이 제일먼저 붉게 내려앉았고 

 

벚나무의 마지막 잎새에도 가을색으로 물들었던 10월 중순의 오후나절에  

 

나의 시간은 낯선 곳으로 바람과 함께 길을 나서게 되니

파주시 광탄면에 소재한 천년고찰인 보광사로 향하게 됩니다.  

 

 

 

 

그림자가 반쯤 내려앉은 산사의 뜨락은 계절이 흘려놓은 단풍색으로 고저녘한데 

 

 

 "산신각(山神閣)" 축대 아래로 드리워진 담쟁이도,  

 

 

"대웅보전" 축대에 기어 오르는 담쟁이도 함께 가을색을 뽐내며

기우는 서산해 앞에서 질긴 생명의 연가를 합장하고 있었습니다.

 

 창살에 깃댄 하얀 한지 사이로는 가을공기가 쉼없이 여과될테고

 

용두의 머리를 가진 목어가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 역시 고풍스러운데 

 

보광사 대웅보전은 그 화려했던 단청색을 헐겹게 벗어버리고는 

 

천년 세월을 품위 한 점 잃지않고 고고한 자태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세월 앞에 당당하게 선 지존의 모습이자 유규한 역사의 흔적이니 

 

 

보는이가 스스로를 고개숙이게 만들고 오히려 더 미안스럽게 만듭니다.  

 

 

중생을 고통에서 깨어나게 하고 해탈시키고자 했던 부처의 설법은

대웅보전 삼면을 통해 그림으로 남겨 놓았는데  

 

  

해탈도 중생의 구원도 쉽지 않았던지 그림 역시 스스로 그 빛을 떨구어 버리고는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지금껏 마지막 화두로 깨우침을 전수시키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색 속에 사바세계의 어둠마저 희석되어버리고 

 

용의 목덕미에 걸쳐진 육중한 범종은 인고(忍苦)하는 용에겐 오히려 덕(德)이겠고 

 

산사의 고요를 타고넘어 속세의 혼까지 흔들어버릴 종소리에는

고통과 번뇌를 잠재울 관음보살의 불경도 함께 담겨 퍼져나갈 것 같습니다. 

  

축석과 토벽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는 길손이 떠난 뒤에도

아직 채 안결되지 않은 이 계절과 깊은 연(連)으로 연결될 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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