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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님 작품(새들놀방)

[스크랩] 비오는 주말에...

by 들 국 화 2011. 7. 1.

 

 

누군가는 꼭 물어 본다

비오는 주말은 뭐하느냐구?

 

그러나 난 비하고 상관없이 출사를 즐기는 편이다

비는....

한번만 맞아 버리면 그만큼 단백하게 고생도 더 시키질 않고

더 버릴 옷도 마음도 없다

 

그때부터는 비도 나인것이다

 

 

 

아침 9시부터 즐겨가는 연꽃지에 가서

자리를 틀어 본다

오늘은 토요일임에도 날씨가 꽤 안좋다고

기상청에서 기경고를 해둔터라

우산보다 두어배 큰 비치파라솔을 쳐두고 장비를 꾸역꾸역 설치해 본다

 

아이쿠

요즘 기상청은 무한한 신뢰를 받는가 보다

한두줄기 내리던 비가 세차게 퍼 붙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시 고민에 빠져 본다

철수해 말어???
그러나 내 뇌리는 더 강하게 반응한다

여기까지 어려운 걸음에 없는 시간을 허비하면 또 언제 출사하겠냐고

그냥 밀어 부쳐 남촌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할때 옛쓰!는 이제부터 작품 시작이라구..ㅎㅎㅎ

 

 

그래 까짓것 마음 고쳐묵고

이제는 비와 맛짱을 뜨던지

아님 즐겨 보자구......

 

비는 내 독백을 들었는지 더욱화나게 퍼 붙었다

나도 서서히 오기가 발동을 시작한것은 그 무렵이었을것이다

 

한마리 중대백로가 갑자기 힌점으로 나타나 비를 뚫고

날아가는게 보였다.

평소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터인데

기관총 난사하듯 셔터질을 해 본다

 

 

 

이때 건너편에선 흑염소가 걱정되었던지

세마리씩이나 이끌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해 오고 있다

촌로는 마음이 급해 벌써 집에 도착했건만

염소는 아직도 느긋하게 장난도 쳐가며 비를 맞고 즐기며 가고 있다

 

 

 

중간타임이다

가져온 컴라면으로 점심 공양을 끝내고

다시 몰입모드로 접어 들어 본다

 

마을 주민인듯 얼마나 처량했던지

가까이 와서 말을 건낸다

"춥지요?"

"아뇨. 견딜만 한데요"

"아니 추워 보입니다"

기실 주민 아저씨가 추운거다

아무래도 이 속업슨 찍사가 집에 갈 폼이 아니자

이것저것 구경하더니 총총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비도 약갼 소강상태로 접어 든다

 

 

 

이럴땐 주변에 무언가 찍을거리가 있나 두리번거리다가

여의치 않으면 한철 지나간 토끼풀에게 분풀이를 해 댄다

그래 비야 올려면 더 오렴

 

고등학교 시절에 여름방학이면 촌놈이 서울에 가서

종로학원에서 영어과목을 듣곤 했었다

그때 코 배어간다는 서울에서 비오는 날

학원끝나고 4시간동안 비를 맞으며 걸어 본 기억이 있다

쎈티메탈이냐구???

노우~~

 

택시비는 없고 비는 맞았고 지리는 몰라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두정거장만 걷다가 버스를 타겠노라고

그리 걸었던게 집에까지 장장 4시간을 걸었던 기억이......ㅋㅋㅋ

 

 

 

오늘은 비속에서 장장 8시간을 기다림에

버텨보면서 나만의 기록을 경신해 본다

 

물론 새들도 비오는 날은 날개가 무거워져

잘 거동을 않는다

그러나 비오는 풍경을 몇장이라도 담아가니

가는 걸음도 그리 무겁지는 않다

 

출처 : 남촌에
글쓴이 : 남촌의 다락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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