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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님 시화전

남촌님 작품(새들놀방)

by 들 국 화 2011. 6. 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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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의 슬픈 이야기

 

울 동네 개울엔 물총새 한 마리 살고 있어요

한 여름 첨벙첨벙 물속을 제 집삼아 살고 있는

물총새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어느날 어느 별 운석이 빛을 발하듯

제 짝을 만났다네요

기다림에 지쳐 한겨울을 보냈던

물총새 숫컷은 드디어 인연을 만났다네요

물고기 잡아 먹는 재미에 푸욱 빠져

내 간절한 마음을 몰라주네요

 

또 삭풍이 부는 겨울이 찾아 오는데

해남도(海南島) 따뜻한 남녘으로 돌아 갈 준비만 하네요

온갖 치장 다하고 기다렸건만

내 사랑 물총이는 삐이익 삐이익 두 마디만 하고

남녘땅으로 떠나갔데요

 

 

 

오십대를 바라보며

 

 

들국화를 바라보다

문득 눈물이 난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황국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앉았을 뿐인데

난 눈물이 난다

 

시퍼렇게 날이 선

섬진강 물을 보다가

울컥 가슴이 저미는 걸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구례구역까지 따라 왔는데

강변길이 끊어져 더 갈 수 없음에도

눈물이 난다

억새 잎 흔들고 있는 갈 바람에

더욱 눈물이 난다

오십 줄로 가파르게 달려가는데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창꽃이 진다

      남촌(아이디로 대신합니다)

 

 

새벽을 걷어내던 첫 날
확 달아오른 새악시 볼처럼
화사한 자태만 전해 주던 너는
전라도 온 산엔 꽃물을 들이기 시작한다

긴 밤이 무섭던 날
가장 순수하고 선한 모습으로
내 곁에 꼬옥 붙어서 친구 하자던 너는
남쪽 언덕너머 온 산을 곱게도 단장시켰다.

봄비가 소리없이 찾아오던 날
이름도 없이 소문도 없이
비안개 틈을 비집고 꽃등 밝힌 너는
영락없이 내 님 모습으로 품에 안긴다

어둠이 깊은 산골 마을을 뒤덮던 날
누이 따라 떠나버린 세월로
앞산과 텃밭에 숨어버린 너는
가슴 깊은 봄날의 한 꿈으로 남았다

창꽃이 진다
창꽃이 진다
사악한 내 마음에도 창꽃이 진다.
해도 덩달아 지고 있다.

 

 

2002년도에 펴낸 제 졸시 시집 제목이자

대표 시로 내민 명함이라고 해야겠지요

 

오늘 이른시간에 섬에 들어 왔습니다

산불이 걱정되어 이곳 저곳 다니다가

우연히 진달래꽃을 발견했답니다

 

창꽃이란 전라도에서 쓰는 진달래의 또 다른

향토어 입니다

 

너무나 반가워 어쩔줄 몰라 했지요

바다물이 아직은 대워지지 않아 이곳은 봄이 멀었는데

화들짝 얼굴을 내민 그의 모습에 절대 반했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봄을 찾아서

    십여리 앞산의 진달래 꽃내음이
    동네 어귀의 초가집 돌고 돌담길 따라
    이 곳에 당도하려면 이른 시각이다
    백목련나무에 하얀 꽃잎 씌우려면
    산허리 넘는 길목에 노오란 개나리
    촘촘히 꼽아 두기에도
    아직은 빠른 날이다

    날 풀리고 꽃피면
    그리움이 멈추리라는 염원도
    진 사랑에 헐어버린 속살의 상처도
    미련없이 떠나버린 철새처럼
    또 이 계절을 착시로 여기고 살아야 한다

    무등산의 잔설이 더 하얗게 보인다

    아직도 내 마음은 언 땅이어서
    십여길 달려오다 지친 봄마중이라도 가야겠다
    올 봄에는 올 봄에는
    내 마음에도 상큼한 꽃바람 기대하면서
    봄을 찾으러 신발끈을 질끈 동여 멘다

    시 : 남 촌

 

 

 

 

파랑새의 전설



늦가을 뭉게구름 타고

푸른 꽃밭으로 내려 왔답니다

구름이 하얀 나신으로 변하여 온 세상을 숨겨 버리던 날

양귀비꽃과 파랑새는

그들만의 색깔을 덧칠하여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고운 빛깔로

순수한 사랑색을 만들었지요


보이는 것은 하나라는 욕심쟁이 양귀비와

꽃향기 신비에 반해버린 멍청한 파랑새


한여름 땡볕 안고 장마 구름 속

전설의 나라로 파랑새는 떠나고

겐즈스강물로 석양이 떨어지더랍니다

이제서야 이별이란 절망과 공허와 아픔을 안고

인간들의 후회를 배워버린 파랑새


사계절이 흐르듯 강물의 생명이 그치지 않는 한

인간들이 가공한 가엾은 한 마리 파랑새는

전설 속에서만 청아한 목소리로 그리움을 말하겠지요

 

 

 

통영에 가보라


한려수도 초입엔 통영이 있었다

남국의 바다가 그리워지면 통영엘 가라

그곳에선 음악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태초부터 해오름과 해보내기를 반복하여

이제는 닿아빠졌지만 여전히 그곳에선

해가 지고 다시 태어 난다


한려수도 중심엔 통영이 있었다

다닥다닥 붙어 정겨운 섬자락을 이어주는곳

통통거리는 발통선에 몸을 의지하여 보라

남도의 상큼함을 온 몸으로 안겨다 줄 것이다

매물, 한산, 사량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부를땐 언제나 섬으로 나타난다


한려수도 끄트머리에는 통영이 있었다

백두대간을 미끄러지듯 가고가면 만나는 곳

누군가가 그리우면 통영엘 가라

누군가가 미울때도 힘들때도 사랑스러울때도

언제나 반가웁게 반겨주는 파도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반기더라. 우린 그곳을 통영이라 부른다


2005. 2. 5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겨울바다 / 유영관


삭막한 바다로 가는 길
퍼석퍼석한 보리밭길 따라
불어터진 갈대만이 흐느적일 뿐
개웅도 포구도 잠들고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바다
격렬한 숨을 뭍으로 토해내며
무심했던 달과 시간에 쫓기던 철새의
애틋한 사랑이야기 전해 준다

겨울비가 내리던 날
삐거덕대는 빈배만 선창에 남긴 채
막걸리 한 순배씩 돌리고 있는
술취한 늙은 어부의 술주정까지도
담담하게 듣고 있다

하얀 눈이 펑펑 오던 날
마음을 열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로
엊그제 찾아와서 눈물 흠뻑 쏟고 간

그녀와 그 사내의 고백도
깊고 깊은 천년 옥에 감취두고
시고 시린 하얀 눈만 가슴에 쓸어 담는다

겨울바다와 짧은 만남은
긴 여운을 손에 쥐어주며
내년에 다시 오라 한다
보리밭길 따라 개웅 지나
배 떠난 포구로 다시 오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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