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 사랑 / 유영관 무등산 약수터 가는 길엔 창포꽃 한 무더기가 있었다 항상 내 눈에 익숙해 버린 꽃무더기 노랑 자주 꽃의 순박한 자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피는 건 아니지만 항상 내 마음에는 노랑 붓꽃이 피어 있었다 여름이 지나가는 어느 날 말끔히 정리해 버린 약수터 길에서 내 창포 꽃무더기도 어김없이 사라져 버렸다 항상 내년을 위하여 잠시 베어 두었던 것을 내 마음이 창포 피는 계절을 기다림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게 사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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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 / 유영관
슬픈 운명으로 태어난 아름다움이 있다
깊고 맑은 향기로 인하여 깨어져 버린 아픔이 있다
허연 속살을 내비치며 노오란 꽃술에 향기를 가득 담아 내 생애 다하는 그날까지 뿌려주고 싶은데
원추리꽃 뒤덮인 고도 풋풋하고 비릿내 나는 바위섬 그곳에 살고 싶은데
슬픈 운명으로 살아가는 고귀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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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 유영관
오뉴월 햇살로
몸살을 앓던 날
터질 듯한 열정 감춘 너는
속세 버리고
신선놀음 하자네
잠들어버린
깊은 산 속을
배부른 만월이
뒷짐 지고 지나갈 때
몰래 눈웃음 짓는 너는
내 님보다 더 곱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