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 유영관
날 건드리지 마!
봄볕 햇살 온 몸에 받아
눈송이만큼 하얀 향으로
너를 녹아 낼 것이다
춘몽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그리움을
미향으로 마저 감들게 하고 싶어
힘들게 하지마!
날 아프게 하지마!
서향대신 가시를 줄 수 있어
뻐꾸기 짝 찾아 메아리로 울면
뜸부기 둥지 틀고 자리잡았다 기별하던 날도
난 한톨 한톨 꽃송이 풀어내고
가는 명주실 뽑아내듯 진향을 뿌린다
나를 베지마!
제발 내치지 마!
내년에는 꽃가시 하나 더 붙이고
미워해도 미워해도 다시 찾아올 거야
촘촘해진 가시섶이라도
잘 익은 향을 줄게
한 움큼 꽃단지 안고 손사래를 치듯
다시 찾아 올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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